요즘 극장가에서 같은 현상이 두 번 반복됐다. 영화가 극장을 벗어나 현실 공간 속으로 파고드는 것. 장르도, 규모도, 감성도 전혀 다른 두 작품이 그 현상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 공식 포스터
© 2026 왕과 사는 남자

2026년 2월 4일 개봉. 장항준 감독, 유해진·박지훈·유지태 주연의 사극이다.

어떤 영화인가

1453년 계유정난.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는다. 열두 살 소년 단종은 왕에서 죄인이 되어 강원도 영월 땅으로 유배를 떠난다. 그 낯선 산골 마을에서 단종은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역사책이 기록하지 않은 그 시간들, 유배지에서 단종과 민초들이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영화는 담담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결국엔 먹먹하게 풀어낸다. 결말은 역사가 이미 말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그 비극적 결말보다 그 이전의 시간, 한 소년이 낯선 땅에서 사람들과 나눈 온기에 집중한다.

왕과 사는 남자 공식 예고편
공식 예고편 ⓒ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지표

  •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2위 — 누적 관객 1,661만 명
  • 2020년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
  • 역대 한국 개봉 영화 매출액 1위

왜 이렇게 먹혔나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서울의 봄, 파묘가 특정 관객층에 집중됐다면 이 영화는 가족 단위 관람이 가능했다. 왕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 관람 후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찾아보게 만들었고, 아이돌 출신 박지훈의 의외의 연기력이 젊은 층 바이럴을 이끌었다.

영화가 깨운 지역 — 영월·청령포

영화의 배경 강원도 영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설 연휴 3일간 방문객 7,200명. 전년 같은 기간(2,000명)의 3.6배다. 영화 개봉 후 조선왕조실록 관련 도서 판매량은 2.9배 늘었다.

지난 주말(4월 24~26일) 열린 제59회 단종문화제에는 청령포 선착장 줄이 회전교차로까지 이어졌다. 단종과 연결된 지자체들도 앞다퉈 움직였다.

  • 경북 영주시 — 금성대군 유적지 관광 코스 개발
  • 강원 태백시 — 단종 산신 설화 연계 관광 홍보
  • 대구 군위군 — 엄흥도 묘소 추정지 성역화 추진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한쪽은 절벽으로 막힌 ‘육지 속 섬’이다. 배를 타고만 들어갈 수 있는 지형이 유배지로서의 고립감을 지금도 그대로 전달한다. 인근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이다.


살목지

살목지 공식 예고편
공식 1차 예고편 ⓒ 살목지

4월 8일 개봉. 이상민 감독, 김혜윤·이종원·김준한 주연의 공포영화다.

어떤 영화인가

충남 예산에 실제 존재하는 저수지 살목지. 낚시 명소이자 오래전부터 심령 스팟으로 불리던 이곳에 로드뷰 촬영팀이 들어선다. 카메라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 계속 저수지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물속에 숨겨진 존재. 평범한 직장인들이 낯선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공포를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와 고스트 박스 같은 특수 장비로 담아냈다. 무서운 걸 못 본다면 낮에 보길 권한다.

흥행 수치

제작비 30억 원.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 명) 돌파, 현재 누적 160만 명. CGV 기준 10대 관객 비중 10.7%로 같은 장르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공포를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으로 소비하는 세대의 반응이다.

영화가 깨운 지역 — 예산 살목지

위치 — 충청남도 예산군 광시면 대리 111 (카카오맵)

실제 저수지에 ‘성지순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문객이 급증했고, 예산군은 오후 6시 이후 야간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는 이 저수지를 ‘살리단길’이라 부르며 관광 홍보에 나서고 있다.


두 영화가 말하는 것

장르도, 시대 배경도, 만든 방식도 완전히 다른 두 영화. 하지만 만들어낸 현상은 같다.

영화가 이야깃거리가 됐다. 극장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를 찾아보고, 장소를 방문하고, N차 관람을 했다. ‘볼거리’만 있는 영화로는 더 이상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화 한 편이 여행 상품을 만들고, 책을 팔고, 지역 경제를 움직인다.

관객들은 이미 그 차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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